승무, 너무 아름다워 슬픈 여인이여!
승 무(僧 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趙芝薰, 1920 ~ 1968)
조지훈 선생은 경북 영양 출생이다. 청록파 시인이며, <백지>동인으로 참여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전문강원의 강사로 있었다. 그는 <금강경오가해>와 <화엄경> 등 불교 서적을 가까이 하였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심문을 받기도 하였으며, 8.15 해방 후에는 명륜전문학교, 경기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그 후 동국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수, 민족문화연구소장 들을 역임하다 1968년 5월 17일 서거하셨다.
승무는 1934년 <문장>에 발표하였다가 1956년 <조지훈 시선>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시는 경기도 용주사에서 가을 하늘의 달빛을 받으며 비구니 스님이 승무를 추는 모습을 보고 용주사 뒤뜰에서 밤새워 쓴 것이라 한다.
너무 아름다워 슬픈 여인의 모습이 애련하게 가슴에 와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