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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너무 아름다워 슬픈 여인이여!

금강경 2011. 3. 6. 21:23

      승     무(僧   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趙芝薰, 1920 ~ 1968)

조지훈 선생은 경북 영양 출생이다. 청록파 시인이며, <백지>동인으로 참여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전문강원의 강사로 있었다. 그는 <금강경오가해>와 <화엄경> 등 불교 서적을 가까이 하였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심문을 받기도 하였으며, 8.15 해방 후에는 명륜전문학교, 경기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그 후 동국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수, 민족문화연구소장 들을 역임하다 1968년 5월 17일 서거하셨다.


  승무는 1934년 <문장>에 발표하였다가 1956년 <조지훈 시선>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시는 경기도 용주사에서 가을 하늘의 달빛을 받으며 비구니 스님이 승무를 추는 모습을 보고 용주사 뒤뜰에서 밤새워 쓴 것이라 한다.


  너무 아름다워 슬픈 여인의 모습이 애련하게 가슴에 와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