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온
오 온(五 蘊)
조견이란 현실 세계의 근본 밑바탕까지 꿰뚫어 비추어 본 것을 말한다. 올바로 조견했을 때 반야의 지혜가 나타난다. 그 결과 나타나는 깨달음의 내용이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법이며 삼법인, 사성제, 오온 등의 교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교설은 절대 서로 다른 교설이 아니다. 연기법의 세계이므로 삼법인이라는 현실의 속성을 알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일체가 공하며 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이나 무아는 없다는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체 제법이 연기 한다는 사실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연기(緣起)이므로 공(空)이고, 무아(無我)이며, 중도(中途)이고, 무분별(無分別)이다.
오온은 일체 현실의 세계를 다섯 가지로 나눈 것이다. 또한 인간을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눈 것이기도 하다. 이 오온을 특별히 인간에 적용시켜 말할 경우 오취온(五趣蘊)이라고도 한다.
오온의 온(蘊, Skandha)은 모임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음(陰)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일체의 현상세계는 색, 수, 상, 행, 식의 다섯 가지 모임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낸 것이다. 오온은 좁은 의미로 볼 때 인간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넓은 의미로 쓰일 때는 일체의 존재를 가리킨다.
일체의 구조를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인데, 색은 현상계의 물질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며 수, 상, 행, 식은 정신세계의 총체를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분류법은 물질보다는 정신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분류법이다. 오온설은 물질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서 무상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정신은 실체적이며, 영원하다고 믿고 그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법한 교설이다. 그러므로 오온은 물질보다 정신을 더 자세하게 분류하고 있다.
인간과 일체만유는 물질적인 요소인 색(色)과, 정신적인 요소인 수, 상, 행, 식(受, 想, 行, 識) 등 다섯 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을 고정적인 자아[나]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집착[취]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색온(色蘊) - 물질(物質)
색이란 빛과 모양을 가진 물질을 의미하며, 인간은 육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색은 네 가지의 요소로 이루어졌다. 이를 사대(四大)라고 하며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를 말한다. 현대과학은 모든 물질은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는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하나가 모두 플러스 마이너스의 스핀 운동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체는 고정불변이 아니고, 온도에 따라서 항상 변화한다. 물을 예로 들어보면 고체인 얼음에서 액체인 물, 기체인 수증기로 변화를 거듭한다. 이러한 현상은 쇠나 돌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 해 보면 모든 물체는 기(氣-energy)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기로 다시 돌아간다. 결국 모든 법은 항상 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도 세포 하나하나가 죽고 새로 생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우리의 몸이 전혀 새로운 세포로 변화되는데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색온은 무상한 것이며 항상 하지 않는다.
수 온(受 蘊) - 느낌, feel
수란 감수작용(感受作用)을 말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있다. 고수(苦受)와 낙수(樂受), 그리고 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이다. 즐거운[좋다] 감정과 괴로운[싫다] 감정, 그리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감정을 말한다. 우리의 주관적, 내적인 감각기관인 육근(六根)과 그것에 상응하는 외적인 대상인 육경(六境)이 서로 만날 때, 이러한 세 가지의 감정이 생겨난다.
안근(眼根-눈으로 보는 것)으로 색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좋다는 감정이 생기며, 공포영화나 징그러운 것을 보든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볼 때는 싫다는 감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무심코 지나다니는 사람을 멍하니 지켜볼 때처럼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때도 있다.
이근(耳根-귀, 소리)으로 무언가를 들을 때, 즉 욕을 듣든가 꾸지람을 들으면 싫은 감정이 생길 것이며 칭찬을 들으면 좋다는 감정이 생긴다. 이와 유사하게 비근(鼻根-코, 냄새), 설근(舌根-혀, 맛), 신근(身根-몸, 접촉), 의근(意根-뜻, 생각)들도 이러한 세 가지의 감정을 나타낸다. 이러한 수온(受蘊)의 감정은 그때그때 인연이 생함에 의해 잠시 나타났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
상온(想蘊) - 분별작용(分別作用)
상은 개념(idea) 또는 표상(表象) 작용이다. 대상을 식별하고(무엇이지?) 그 대상에 이름을 부여하는 작용(아! 부처님이시구나)을 말한다. 즉 법당의 부처님을 뵙고 아! 저 분은 부처님이시구나! 하고 개념을 만드는 작용을 말한다. 일체의 모든 것에 대하여 상을 짓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면 이전에 지어 놓은 이름을 되살리어 그것이 무엇이다 하고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상은 고정 불변한 것일까? 우리들은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고정관념.편견.선입견에 빠져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없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 - 일체 대상에 대한 표상 - 은 우리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오랜 관습에 의하여 하늘, 나무, 스님, 꽃, 집, 절, 아버지, 자식…… 등의 개념을 대상에 접목시켜 이름 붙인 것뿐이다. 흔히 우리들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 사회가 제공하는 고정관념에 빠져 그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생활하기 쉽다. 상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크게 작용 하는가를 알 수 있다.
『금강경』 여리실견분에서는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면 즉견여래(卽見如來)하리라.』하였다. 그 뜻은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안다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 이다. 「모든 상은 실상이 아니며 인연에 의하여 가합(假合)한 가상(假相)이므로 일시에 존재할 뿐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허망한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름과 상에 머무르지 아니한다면 상은 상이지만 진실한 실체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여래를 보게 된다. 우리가 상을 짓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과 조건에 따라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며 실제로 항상 변하고 있다. 그것을 모르고 자신의 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행 온(行 蘊)
행이란 ‘형성하는 힘’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특히 인간의 의지작용을 가리킨다. 이러한 인간의 의지작용과 행위로 인해 업을 짓게 된다. 행온은 아름다운 꽃을 보고 좋은 생각이 일어 꺾어 갖는 행위와 같이 정신작용이 실천적으로 움직여지는 것을 말한다.
식 온(識 縕)
식은 일반적으로 6근(눈, 귀, 코, 혀, 피부, 생각)이 6경(색, 성, 향, 미, 촉, 법)을 접하였을 때에 “아~ 무엇이다”하고 알아차려 분별하는 상온의 다음에 오는 인식작용이다. 제6의식 이라고도 한다. 식은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를 근거로 이런 저런 인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면 연꽃을 보았을 때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며, 주위 환경이 더럽더라도 자신은 곱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고귀함이 있다.’라고 알아차리는 인식을 말한다.
그러면 이상에서 이야기했던 각각의 다섯 가지 온에 대하여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입안에 사탕이 하나 들어왔을 때 ‘~사탕이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 상온이고, 달고 맛있다는 느낌이 수온이며, 맛있으므로 빨아먹는 행위는 행온이다. 식온은 사탕은 사탕수수에서 축출한 즙을 고아서 만들고 사탕수수는 열대에서 나는 식물이다. 등 사탕과 관련된 연상을 하는 작용을 말한다. 사탕자체는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