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금강경 요해(要解) 4
사상,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四相,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
有我相 · 人相 · 衆生相 · 壽者相
금강경에서 사상(四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많다. 이제까지는 나라는 관념, 사람이라는 관념, 중생이라는 관념, 목숨이라는 관념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이를 바로 잡아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으로 옮기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산스끄리뜨어를 살펴보면, atman-samjna : 아상, pudgala-samjna : 개아, sattva-samjna : 중생, jiva-samjna : 영혼이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해석되어온 인상을 개아로, 수자상을 영혼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불교는 인도사회를 토양으로 하여 발생하였고 성정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이 신의 노예로 전락한 현실을 직시하고 인본중심의 새로운 사상을 세우셨다. 그러다 보니 자아(自我)를 신[브라흐만]에게 종속시키는 범아일여(凡我一如)를 부정하고, 인연의 법칙에 의하여 아(我,atman)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찾았다.
pudgala(개인, 인상)는 atman과 유사한 개념이다. 아비달마 시대에 설일체유부에서는 무아법유(無我法有)를 주장하였으며, 설일체유부에서 분리한 정량부(正量部)에서는 윤회의 주체를 pudgala라고 하였다.
불교는 사유(四有)사상을 가지고 있다. 중생이 태어나는 시점을 생유(生有)라 하고, 살아있는 동안을 본유(本有), 죽음의 시점을 사유(死有)라고 하며, 죽음의 상태에서 다시 윤회하기까지를 중유(中有)라 한다.
죽음에 임하여 우리는 오온(五蘊)을 떠나 중유에서 다시 새로운 오온을 받는다. 곧 중유에서 오온을 받아 새롭게 태어난 유정(有情)에게로 전해진다. 전생의 업이 후생에 전달되는 주체가 pudgala이다.
이러한 사상이 대승불교의 유식(唯識)에서 받아들여져 alaya식 이론을 성립시켰으며, alaya식 이론이 여래장 이론으로, 여래장 이론이 다시 불성 이론으로 발전하였다고 필자는 본다.
그렇다면 공사상을 핵으로 하는 불교사상이 유적개념으로 변질되어 왔다고 할 것인데 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다행히도 찰라생멸이라는 연기론에 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존재는 찰라생멸하므로 흐름일 뿐 그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공의 근본사상이기 때문이다.
중생(sattva)은 부처와 반대되는 영원성을 의미한다. 종전까지 수자상[목숨]으로 이해되었던 jiva-samjna는 영혼이라 이해되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영혼이 있다는 관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죽으면 영혼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지어온 업(業)이 윤회하는 것이다. 업이 pudgala에 실려 후생으로 전달된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행해지는 예수재, 조상천도재 등은 고려해 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결국 자아, 개아, 중생, 영혼이라는 관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것들은 분별(分別)과 집착(執着)이며, 연기하는 법은 그 실체를 가지지 않고 가설(假說)인데 우리는 관념에 의하여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집착한다. 이 분별과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깨달음은 요원하다.
『유가론』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유에 머무는 자는 자기와 같은 무리의 유정[중생]을 보고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킨다. 그 남녀가 교합(交合)하여 나온 정혈(精血)-精子와 卵子-에 관하여 잘못된 생각을 일으킨다. 즉 이 전도자(顚倒者)는 남녀가 교합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그 행위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여 애욕이 생긴다. 만약 여자가 되고자 하면 남자와 교합하려고 애욕이 생기고, 남자가 되고자 하면 여자와 교합하려고 애욕이 생긴다. -중간은 생략-
이 때 황홀하게 된 남녀는 격렬한 상태에 도달하여 정액을 사출한다. 그 결과 각각 정자와 난자를 낸다. 이 두 방울의 정혈은 여자의 몸에서 결합한다. 여기에 아뢰야식(등류습기)이 결합해서 응결한다. 이 짙은 정혈이 한 덩어리로 합쳐지면 중유는 소멸된다. 중유가 소멸함과 동시에 저 일체종자(식)의 공능(功能)에 의하여 미세한 감각기관과 지. 수. 화. 풍 4대가 생긴다. 그리고 정혈이 굳어져서 나머지 감각기관이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 식이 머문 것을 결생상속(結生相續), 또는 갈라람위 라고 한다.』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