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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당신은 누구를 연민하겠습니까?

금강경 2015. 11. 9. 17:38

 

                

                  지혜, 당신은 누구를 연민하겠습니까?

 

오늘 있었던 일이다.

관악산 서울대입구로 좀 오르다 보면 관악구에서 관리하는 쓰레기 수집장이 있다. 곳 앞을 막 지나고

있는데 고양이가 낙엽 속에서 무언가를 찾던 까치 한 마리를 잽싸게 낙아 채어 철쭉 관목이 무성한 숲속으

로 숨는다. 이를 목격한 까치들이 수 십 마리가 달려들어 짖어댄다. 나는 깜짝 놀랐다. 까치가 공동방어를 하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줄을 처음 알았다.

 

고양이가 까치를 물고 숨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40대 덩치가 큰 사내가 까치를 구해야 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설친다. 그 틈에 50대 비루먹은 아줌마도 덩달아 설친다. ‘까치가 불상한데 빨리 구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고 나에게 성화다.

 

나는 어짭히 까치는 살지 못한다. 그대로 놔두자.”고 그들을 설득했다. 몇 번을 설득하자 40대 덩치는

슬그머니 퇴장한다. 그러나 50대 비루는 계속 미련을 가지고 나를 채근한다.

아줌마 까치는 놓아준다 해도 죽을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자연의 이치이니 달리 생각하지 마시오.”하고

내가 뻗대니 그녀도 퇴장한다.

 

나는 죽어 가는 까치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아미타부처님께 기도하고, 냥에 성공하여 배고픔을 면한

고양이 에게 축하를 보냈다.

 

나는 생각했다.

잡아먹히는 까치를 연민한 40대 덩어리 남자와 50대 비루먹은 아줌마가 옳은지, 아니면 내가 옳은지를......

 

나는 잡혀 죽는 자와 사냥을 해야만 살아 갈 수 있는 자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잡혀죽는 까치도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자연의 이치 아닌가? 자연의 이치는 진리다.

 

지혜는 分別智慧般若智慧가 있다. 분별지혜는 이 경우 고양이는 악하다고 단정 지으며 까치를 동정하는

격이다. 우리의 도덕기준으로 의무론에 해당될 것이다. 의무론은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원칙이 의무로

지워져 있다고 보는 경우이다.

반야지혜는 까치의 입장도 이해하고 고양이의 입장도 이해하는 격이다. 즉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절대 진리이다.

 

이 기준에 대입한다면 오늘 나는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