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淸)세조(順治) 출가 시(出家 詩)
만주족이 금나라에 이어 중국을 지배하던 시기를 청나라라고 한다. 청은 누루하치가 건국하였으나 사실은 제3대 황제 세조(연호 순치)가 중국을 침공하여 명을 멸망시키고 몽골과 티베트 지역까지 점령하는 등 중국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이루었다.
중국을 통일한 순치가 18년간(1643~1661) 중국, 아니 천하를 호령하던 그가 돌연 깨친 바가 있어 황제의 자리를 내어주고 불가에 출가하였다. 그가 남긴 출가 시이다.
도처에 총림이요 흡족한 밥이거늘
발우 들고 가는 곳에 밥 세 그릇 걱정하리.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알지 마소
가사 장삼 얻어 입기 더욱 더 어렵다네.
내 자신 이 국토의 주인 노릇하느라고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럽네.
백년을 산다 해도 사는 날 삼만 육천
풍진 밖 이 산속의 하루 삶에 비교하랴!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 잘못으로
가사를 벗어 놓고 곤룡포를 입게 됐네.
이 몸은 그 옛적에 서천측 스님일러니
그 어떤 인연으로 제왕가에 떨어졌나.
이 몸을 받기 전에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누구던가?
자라서 성인됨에 잠깐 동안 나라고 하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엔 내가 또한 누구던가?
세상 일 백 년간은 하룻밤 꿈과 같고
수만리 산과 들은 한 판의 바둑이네.
대우씨는 9주 긋고, 탕 임금 걸을 치며,
진시황이 6국 먹자 한 태조 새 터 닦네
자손은 제 스스로 살아갈 복 받으니
후손을 위한다고 소와 말 되지 마소.
유수한 역사 속에 한 많은 영웅들이
푸른 산언덕 위에 한 줌 흙 되었다네!
날 적엔 기뻐하고 죽을 적엔 슬퍼하나
덧없는 인간 세상 한 바퀴 도는 걸세.
애당초 안 왔으면 갈 일도 없는 건데
기쁜 일 어디 있고 슬픔인들 있겠는가.
나날이 한가로움 스스로 알 것이니
풍진 속 세상길의 온갖 고통 여의었네.
입으로 맛들일 땐 시원한 선열경계
몸 위에 입고 품은 희색의 가사일세!
5호와 4해에 가장 높은 손님되어
부처님 도량에서 마음껏 노닐 적에
세상을 떠나는 일 쉽다고 하지 마오.
숙세에 쌓아놓은 선근 없이는 아니 되네.
18년간 지난세월 자유라곤 없었는데
땅 빼앗는 큰 싸움은 어느 때 그치려나.
내 이제 손 털고 산 속으로 돌아가니
천만가지 근심걱정 아랑곳 할 것 없네.
그는 화려한 천하제일 황제의 자리를 버리고 왜 산에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