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찰의 포교활동과 문제점 및 개선 의견
Ⅰ 한국불교의 현주소
1. 출가수행자와 불자의 실태
한국불교는 모진 겨울을 힘겹게 이겨내고 이제는 다소 한숨을 돌리는 현상이다. 조선조 500년의 잔혹한 억불과 일제의 대처불교를 통한 한국전통불교 잠식술책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다시 뼈아픈 자기혁신 과정을 거쳐 이제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기독교 개신교도들의 비종교인적 처신으로 곤혹을 치렀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련을 겪은 우리불교는 단련된 체력을 바탕으로 힘차게 뻗어 나갈 희망을 가지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하여 교육과 포교활동 강화, 신도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우려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 이후 사찰시설 등 외형적 신장에만 힘을 쏟은 것 같다. 산사를 비롯하여 도심사찰에서도 사찰 불사에 지나치게 재정을 투입하였다고 본다. 이 재정을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투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승불교의 가장 핵심이 상구보리 하화중생인데도 불구하고 출가수행자들은 아상을 가지고 자신의 일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신자위에 군림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는 아니하였는지 묻고 싶다.
내가 불교대학에 들어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2학년 선배 한 사람이 “고운, 대웅전 뒤에 가 봤어요? 벤즈가 몇 댄지 알아요?”한다. 물론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평소 스님들이 벤즈 같은 고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나는 바로 동의 했다.
진정 재가신자들의 아픔을 내 아픔과 같이 받아들여 주시는 스님은 몇 분이나 계실까? 한편, 신도들은 자기 복만 빌면서 이웃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으며 보살행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단편적인 불교 상식을 내세우면서 마치 자기가 깨달음에라도 도달한 것처럼 아집을 내세우는 태도를 보여, 주변으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가 하면 관세음 신앙, 지장신앙에만 빠져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깨우침을 위한 신행이나 수행에는 문외한이다.
이것이 우리 한국불교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Ⅱ 한국불교의 현황과 포교의 문제점
1. 보살행이 실천되고 있지 않다.
대승불교의 핵심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인데 나 보다 못한 자에 대한 배려가 불교계에서 충분하지 못하다. 인도 대승불교의 지도자인 용수(나가르주나)보살도 「다른 삶에게 이익을 주는, 즉 보살행이 대승불교의 포교방법이다.」 라고 하였는데 우리는 현실적으로 이 방면을 소홀이 하고 있다.
2. 경전과 의식 등이 지나치게 한문위주로 煩碎하다
일반인이 불교에 접근하고 싶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어려운 한문경전과 번쇄한 의식이다. 한문으로 된 경전은 읽을 수도 없고 뜻도 알 수 없으니 불교가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또 신자라 하여도 막연한 알음알음으로 이해할 뿐 불교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불자가 불교의 교리를 모르는 불구가 되고 있다. 또 번잡하고 이해할 수도 없으며 영화에서 본 무당과 비슷한 의식은 뜻있는 대중의 마음을 멀리 쫒고 있다.
3. 의식의 표준화가 안 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발간한 「통일법요집」이 있으나, 이는 출가 수행자 중심으로 되어 있을 뿐 재가 신도에게는 무용이다.
4. 단위 사찰별로 어린이·청소년 법회가 제도화 되지 않았다
한국불교 현실의 문제점 중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신도의 노령화 이다. 물론 불교의 특성상 그 점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하더라도 어린이와 젊은 층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이 지나치게 미흡하다.
5.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정치계나 재계 그리고 사회지도층 인사 중에서 불교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6. 출가수행 집단 내의 문중, 계파간의 갈등을 없애야 한다
항간에서는 ‘조계종 산하의 주지를 하려면 빽이 있어야 한다.’ ‘oo 스님은 ** 의 빽이 있어서 종단 중앙의 그 소임을 맡고 있다 한다. oo 스님은 ++ 스님의 손자라 하더라. 등등 세속적 수준보다도 못한 소문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공공연하게 되어 있다. 세속은 정화되고 변화하는데 불교계는 변하지 않고 전통이라는 미명을 내 세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생명체든 집단이든 환경에 맞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쇠퇴하는 것이 인연법이다.
7. 재정공개가 확행 되고 있지 못하다
종헌, 종법에는 재정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다. 조계종단에 소속된 모든 사찰에서 재정상황이 명확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
8. 방생법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심하다
생명존중의 실행으로 각 사찰마다 추진하는 방생법회가 주민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생태계 전체에 나뿐 영향을 주는 외래종 방생과 복에 집착한 불자들의 의식수준 등으로 환경단체와 지식층은 물론 많은 주민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Ⅲ 한국불교포교 활성화를 위한 제의
1. 불교포교의 성공을 위해서는 「나눔의 불교」로 나아가야 한다
나눔이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충분하지는 못하다 하여도 밥을 나눠야 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에게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려운 일을 당한 이, 몸이 아파 고생하는 이, 특수한 시설에 있는 이를 찾아가 그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나의 비근한 예를 하나 소개한다.
교통사고로 상대를 사망하게 한 이웃이 정신적 고통으로 약에 의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염주(108염주)를 건네면서 손으로 염주 한 알을 넘길 때 마다 관세음보살을 염하시오. 손으로는 염주알을 굴리고 입으로는 관세음보살을 염하면서 마음으로는 관세음보살 상을 그리고 귀로는 또렷또렷하게 자기가 하는 염불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는 내가 이른 대로 하였다. 그 결과 마음의 평온을 얻었고 피해자 측과는 보험금으로 합의를 보아 잘 해결됐다고 거듭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자기도 절에 다녀야 하겠는데 어느 절이 좋으냐고 하기에 인근 절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그 후 두 아들과 며느리 등 6명이 모두 부처님께 귀의 하였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포교가 아닌가 생각하여 앞으로 염주를 많이 구입하고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의 존상(그림)을 확보하여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 등을 찾아 이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여 마음의 평온을 얻도록 돕고자 한다.
2. 경전의 한글화, 儀式의 간소화가 필요하다
한문하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는 요즘 젊은이에게 한문 경전은 불교인구 확보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한문 경전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계층을 별도로 두고 - 주로 출가 수행자, 교수 등 - 이들을 통하여 정확하게 번역된 한글경전을 표준화해야 한다. 이 사업은 宗團的 차원에서 추진하여 같은 경전의 내용이 달리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儀禮用 경전 -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 등 - 도 한글화 하고 의례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가급적 한글로 바꾸어야 하며 의례 자체도 현대 감각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 전통만 붙잡고 혁신을 외면하고서 어린이· 젊은 세대포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한국불교의 앞날은 어둡다고 할 것이다.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교회나 성당에 가면 의자에 앉아 책 한 권만 있으면 의식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데 절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이다. 이러한 이유는 번잡한 절차와 절마다 의례가 서로 달라 혼잡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재가자가 생활 속에서 치루는 의식 - 결혼, 생일, 장례, 제사 등 - 을 치룰 때도 불교식으로 할 수 있도록 의례 집을 마들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
3. 어린이·청소년 포교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전의 한글화와 의례의 간소화를 통하여 어린이·청소년 전문 포교사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례에서 전통운률을 사용하데 지나치게 범패를 사용하는 의례나 징을 치면서 굿하는 분위기와 비슷한 의례는 이들에게 불교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사실은 내가 모 절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대면 면접을 통하여 파악한 사실이다.
현재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위한 법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스님이 어린이 교육과정을 공부할 기회를 갖기가 어려우므로 포교사를 활용하여야 한다. 포교사 고시 때 어린이 고육과정을 공부한 이에게는 가산점을 주어 어린이·청소년 지도자를 충분히 확보하여야 한다.
대학생부 신도를 활용하여 부족한 어린이 포교지도사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된다. 또 부족한 법사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젊은 층 포교를 담당하는 스님께는 승가고시 등에서 별도로 배려하는 내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절의 스님에게 포교차원에서 어린이 집이나 유아원 등을 세워 운영할 것을 건의 하였더니 요즘은 아이들이 줄어들어 적자라서 할 수 없다고 하신다. 포교를 영리로 생각하고 사찰이 스님 개인의 재산쯤으로 생각하는 스님들은 재 교육을 시켜야 한다.
종단차원에서 운영이 가능한 사찰에 적극 권장하여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많은 사찰에서 갖도록 하여 적극 활성화 시켜 나아가야 한다.
4. 사회적 영향력 인사를 확보해야 한다
정계와 재계, 전문직능분야 유명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를 많이 불자로 교화해야 한다. 종단이나 불교도 단체(예, 중앙신도회)에서 선거 때 불자 신도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오너가 불자인 생산업체의 제품을 적극 구매해 주는 캠페인 전개 등으로 불자운동을 전개해 나아가야 한다.
5. 출가수행자의 바른 자세가 요구된다.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확인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으나 스님께서 고급 외제차가 왜 필요한가? 서민이 즐겨 이용하는 경차를 정갈하게 사용한다면 품위에 손상이 오나? 스님들의 의상이나 생활이 좀 검소하다고 하여 신도들이 경시하는 것도 아닐 것인데············ 좀 더 검소하고 소박하고 바른 생활이 신도나 비신도의 마음을 움직여 불교의 威儀를 세우고 포교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불교계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편파적 인사나 재정운영에 대한 신도들의 불만이 많다. 그동안 한국불교계의 전통으로 여겨왔던 문중, 계파를 이제는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스님이 고령이 되면 종단에서 노후를 보장하는 길이 확보된 이 시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악습에서 벗어나 一佛弟子精神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6. 사찰재정의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현행 종헌과 종법에 정한바 대로 재정을 클린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수입과 지출을 운영우원회, 신도회 등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또 재정공개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찰운영위원회를 종법에 맞도록 확행 할 필요가 있다.
7. 방생법회를 개선해야 한다
타종교단체나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행 방생법회를 개선해야 한다. 법회 날에는 해변이나 하천변에서 법회를 갖고 생태계 환경개선을 위한 이벤트를 하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해변이나 하천변에서 청소를 한다거나 수질오염 예방, 환경오염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사찰에서 야생동물보호소를 설치 운영하여 야생에서 상처 입은 동물, 조류 등을 치료, 보호하였다 방생법회 날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8. 인터넽 등 전자 통신수단을 활용한 포교활성화가 요구 된다
요즘 정치권에나 사회에서 2040과 5060과의 사이에 대화가 단절되어 마치 적과 같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의사전달의 수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페이퍼 문자 세대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통신장비로 24시간 전 세계인이 실시간 소식을 주고받는 세대와의 차이가 의사전달의 단절 이유이다.
2040들과 대화의 문을 열고 불교를 알릴 수 있는 길은 이러한 통신수단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지도자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가입하여 많은 회원을 확보한 후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다(현재 조계사 부주지 스님과 같이).
사찰별로 인터넽 불교기초교리학교를 운영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며, 신도단체 등에서 불교카페를 개설하여 불교를 알리는 방안, 개인의 이 메일을 확보하여 불교 알림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9. 자원봉사자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자원봉사자 확대를 위해서는 사찰별로 사회복지시설이나 어린이 시설, 교도소 등 특수계층 시설을 담당하여 정기 봉사를 할 수 있는 제도 확보가 필요하다.
10. 현행 포교사를 활용하는 방안
포교사를 단순히 스님의 보조자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포교사 중에서 학력이나 과거 경력을 통하여 자질을 갖춘 이를 선정해서 사찰 운영에 참여시키고 어린이·청소년 법회 주관, 특수시설 법회 운영 등 독립된 업무를 주어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독립성을 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출가수행자가 점점 줄어들어 사찰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에 대비하여 현재 출가스님이 맡고 있는 일정영역을 포교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Ⅳ 마치는 글
오늘 날 한국불교를 놓고 위기적으로 비관론을 펴는 이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그동안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그 맥을 면면히 이어 왔고 현재 안정된 틀을 갖추고 있지 아니 한가.
여기에 지적한 한국불교의 문제점은 유사한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본다. 자구적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신속히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생명체는 주변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멸을 면치 못했다. 불교가 지닌 전통성도 훌륭하지만 전통은 전통대로 지키면서 시대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불교포교는 하화중생이라는 근본정신에 입각하여 주어진 사명이다. 단순히 교세확장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알리는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불교적 정서를 가진 예비불자가 많이 있다. 이들을 부처님 곁으로 이끄는 일은 오늘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사명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멸망의 원인은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나태, 부패, 자만 등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교훈으로 하여 나부터 혁신하는 마음을 갖고 변화 속에서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高 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