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거짓으로 죽은 여자
옛날에 한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부인을 두어 마음으로 매우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진실하지 못하여 사는 동안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음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자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려고 했다.
그리하여 어느 노파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내가 떠난 뒤에 어떤 여자의 시체라도 좋으니 그 시체를 가져다가 우리 집 방에 두고 내 남편에게 말하시오. ‘나는 이미 죽었다.’고”
노파는 그의 남편이 없는 틈을 보아 한 여자의 시체를 그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노파는 그에게 말했다.
“네 아내는 이미 죽었다.”
남편은 시체를 보자 그것이 자기 아내라고 믿고 슬퍼 울면서 괴로워했다. 그는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부어 시체를 태우고 그 뼈 가루를 자루에 담아 밤낮으로 안고 있었다.
그 뒤에 아내는 뭇 남자들이 싫어져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대답했다.
“내 아내는 벌써 죽었다. 너는 누구인데 내 아내라고 거짓말을 하느냐?”
그 아내는 두 번 세 번 거듭 말했으나 남편은 결국 믿지 않았다.
이것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의 삿된 말을 듣고 마음이 미혹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 나머지 고치지 않고 바른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고 받들지 않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