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賢者)와 제왕(帝王)
『밀린다 왕이 말하였다.
“나가세나 스님, 나와 대론(對論)하겠습니까?”
나가세나는 왕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賢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응하겠습니다. 그러나 제왕의 권위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응할 뜻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현자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면되고 설명되고 서로 비판되고 반박당하는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현자는 결코 성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왕으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제왕은 대론에 있어 대개 한 가지 것을 주장하고 한 가지 것만을 밀고 나가며 그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왕의 권위로서 벌을 주라고 명령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제왕으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스님과 대론하겠습니다. 스님은 비구나 사미, 신도들과
대론하듯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대론 하십시오.”
“좋습니다.” 』
『밀란다왕문경』
위의 내용은 밀란다왕문경의 일부이다.
상대를 대할 때는 제왕으로서가 아닌 현자로서 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 권위적
사고가 강하였고 그 위에 가부장제도, 또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제왕적 사회가치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 한 예로 대한항공의 딸 김현아 땅콩회항 사건이다. 이러한 사례는 드러났으니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지
드러나지 않은 이 보다 더한 행패는 비일비재하다.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졸부들의 2세, 3세가 얼마나 거드름을
피우며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는 상대를 대할 때 제왕이 아닌 현자로서 대해야 하지 이제까지와 같이 제왕적 권위로
대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가진 자가 스스로 빨리 자기 가치 정립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