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經)』 제1분을 살펴본다
구마라집 스님이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제1분에서 산스끄리트 원전과 차이점이 있고, 또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入舍衛大城 於其城中 次第乞已 環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사위 대성에 들어가시어 성 안에서 차례로 탁발을 한 후 본래의 처소로 돌아오시어 공양을 드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은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라고 하였다.
구마라집 스님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사위성(쉬라바스티)에 가시어 탁발을 하신 후 탁발한 음식을 가지고 기원정사로 돌아오시어 공양을 하신 것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산스끄리트 원전에서는
‘탁발을 마치신 후 공양을 드셨다. 공양을 마치신 후에 탁발로부터 돌아오시어 가사와 발우를 제
자리에 내려놓으시고 발을 씻으시고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라고 하였다.
구마라집 스님의 번역본과 산스끄리트 원전과의 차이점은 탁발하신 후 사위성에서 공양을 하시고
기원정사로 오셨느냐, 아니면 기원정사에 오셔서 공양을 드셨느냐 하는 차이다.
기원정사와 사위성(쉬라바스티)과의 거리는 양 경계점에서는 0.4~0.5km 이나, 기원정사 중간점에서 사위성 중간지점까지의 거리는 1.25km이다. 기원정사에서 사위성까지의 거리를 편의상 1.25km라고 한다면 왕복 2.5km이다.
인도와 같은 무더운 기후환경에서 음식을 들고 1.25km를 이동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탁발한 곳에서 가까운 그늘 같은 데서 공양을 한 후 기원정사로 이동하였음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현장 스님도 구마라집 스님과 같이 번역하였는데 이는 중국적인 문화전통에 충실하기 이하여 그렇게 번역한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둘째, 구마라집 스님은
「탁발한 공양을 드신 후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하고 제1분을 맺는다.
그러나 산스끄리트 원전에는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가부좌를 결하고, 몸을 곧게 세우고, 前面에 마음챙김(sati)을 확립하시고서.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인사를 드리고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 곁에 앉았다.」
라고 하였는데 구마라집 스님은 이를 모두 생략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항상 마음챙김(sati)을 하라고 신신 당부하셨으며 부처님께서도 늘 마음챙김을 가지셨다.
『쌍윳따니까야』의 「호흡에 관한 관찰」에서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몸을 바로 세우고 마음챙김을 앞에 세운 후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고 하였다.
『사념처경(四念處經』의 「호흡에 관한 관찰」에서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몸을 바로 세우고 마음챙김을 앞에 세운다.”고 하였으며, 그 외에도 초기경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금강경은 초기경전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강경은 대승경전이 자리를 잡기 전에 성립된 경으로 보고 있으며, 금강경의 핵심은 『숫타니파타』 제4품, 제5품 등 초기경전 전체에서 나타나는 감각적 욕망의 번뇌와 존재의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기 위하여
산냐(sanna)를 여의라고 가르치신 부처님 말씀이다.
이 경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은 산냐를 여의라고 하셨지 산냐는 공(空)이다 라고 하시지 않았다.
이 점을 깊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초기경전이나 대승경전에서 한 결 같이 법회참석자의 숫자를 1,250인으로 나타낸다.
혹자는 이 숫자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다음 포교한 아라한 수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각묵 스님에 의하면
“산스끄리트어의 ardha는 반(半)을 뜻하는데 숫자의 앞에 쓰이면 뒤 숫자에서 ‘반이 모자라는’의 뜻으로 주로 쓰인다. trayodasa는 13을 나타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13에서 반이 모자라는’의 뜻이 된다. 여기에다 sata는 100을 의미하여 12.5×100=1,250이 된다. 이러한 수식 계산법이 고대 인도어의 주요특징이다.”
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식(알음알이)가 사실이 아니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와 같이 살펴본 내용은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거나 잘했다는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알고 있으면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 할 수 있다고 보아 여기에 소개한다.
기원정사와 사위성 위치도
고운(高雲) 전 만 수